[5월 대선에 '예산편성 대란'] '멘붕' 빠진 기재부 예산실…"후보별로 4~5개 예산안 짜야할 판"

입력 2017-03-14 17:29   수정 2017-03-15 13:43

대선 일정과 '미스매치'…내년 예산 편성 파행 우려

예산편성, 대선 후 백지상태에서 출발할 수도
공약 반영 과정서 '누더기·졸속 예산' 불 보듯



[ 황정수 기자 ] 기획재정부 예산실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대선 후보 4~5명의 공약을 분석하는 ‘가욋일’이 떨어져서다. 각 부처 예산요구서 제출(5월), 예산실 예산편성 심의(6~8월) 등 스케줄이 빡빡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내년 예산 대부분을 박근혜 정부 정책에 기초해 만들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예산실이 미리 준비해도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약을 국정철학이나 정책으로 정제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정이 없어 포퓰리즘 공약이 예산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당국의 무분별한 공약 반영으로 내년 정부 지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예산실에 주어진 기한 20일

예산실은 주요 정당이 대선후보를 확정하고 공약을 발표하는 즉시 분석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리 공약을 분석해 놓지 않으면 내년 예산에 새 정부 주요 정책의 재원을 1차로 반영하는 게 어려워진다. 각 부처는 내년도 예산 밑그림인 ‘예산요구서’를 오는 5월31일까지 기재부 예산실에 제출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일을 5월10일로 가정하면 공약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는 1차 기한은 20일 정도다. 예산실 관계자는 “아직 주요 대선 후보 공약이 정식 발표되지 않아 대기 중인 상황”이라며 “주요 후보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하나둘 수집하는 게 고작”이라고 설명했다.

◆6~8월 협의한다지만…

5월 말 예산요구서 제출이 마감되더라도 예산실은 6~8월 진행하는 각 부처와의 협의, 예산실 예산편성 심의, 당정협의 등의 과정에서 예산안을 변경할 수 있다. 예산실 고위 관계자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80~90% 정도”라며 “나머지 10~20% 예산은 공약 분석 작업을 토대로 준비하고 있다가 6~8월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편성이 예산실 전망대로 ‘물 흐르듯’ 흘러가진 않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일 텐데 정부조직 개편과 장관 인선에 2개월 정도를 흘려보내면 예산편성을 협의할 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예산실 일각에선 청와대 비서진 등이 예산편성 협의를 지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불확실한 기대’라는 평가다.

◆새 정부 색깔 내다 지출 늘 수도

더욱이 다음 정권은 공약을 정제해 국정철학으로 반영하는 인수위원회 기간이 없다. ‘정제되지 않은 공약’ 단계의 포퓰리즘 공약이 예산에 무더기로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선거용 일자리·복지 공약이 검증 없이 대거 예산에 반영되면 내년 ‘정부 지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1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간 21조원을 쏟아붓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취업 청년에게 대기업 임금의 80%를 보장하기 위해 연 1조1000억원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공약엔 연 50조~60조원이 필요하다.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이 재정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는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기초연금 공약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며 “예산당국과 각 부처는 공약을 철저히 검증해 의견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도 예산실 업무 일정을 엉키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경제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경을 준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산실은 4~5월 예비추경안을 따로 만들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실 고위 관계자는 “작년에도 본예산에 추경편성이 겹쳐 힘들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쁠 것 같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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